원술의 충직한 칼
손견은 아무래도 손책과 손권의 아버지이다 보니 그에 대하여 상당히 고평가 되어왔다. 마치 공손찬처럼 독자적인 세력을 가지고 있는 개인 군벌로 인식이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는데 그냥 힘센 깡패와 다름이 없는 행적을 보여주는 게 바로 손견이다. 이번에는 미화된 손견의 이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려고 한다.
손견과 원술의 만남
손견은 황건적의 난과 각종 전국에서 일어난 반란들을 진압하면서 본격적으로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동탁이 조정을 장악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반동탁 연합군이 결성되었는데 손견도 이에 참가하기 위하여 본인의 세력을 이끌고 북상하였다. 그러나 합류하는 과정에서 손견은 자신의 상관인 왕예를 잘못된 격문을 믿고 죽여버렸다. 하극상을 일으킨 손견은 다른 세력의 지원을 받지 않고는 더 이상 자신의 세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자 원술에게 의탁하게 되었다.
손견의 활약
원술에게 의탁한 손견은 남양 태수인 장자를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갖다 붙여 죽이고 그대로 남양을 원술에게 바치며 둘의 사이가 돈독해졌다. 원술은 그 당시 한나라의 대장군인 후장 군인 데다가 최고의 명문가 출신으로 명성이 드높았다. 이런 원술의 줄을 단단히 잡은 손견은 동탁군과의 일전에서 비록 서영에게 패하였지만 화웅을 잡음으로써 본인의 가치를 증명하였다. 그러나 대단한 전공을 세운 손견이 자신을 배반할까 두려워진 원술은 바로 손견에게 향하는 보급을 끊어버렸는데 이에 손견은 원술에게 달려가서 현재의 상황을 설명해가며 열심히 설득해 다시 원술의 신임을 사게 되었다. 이후 직접 친정에 나선 동탁을 여러 차례 패퇴시키고 동탁군의 최고의 용장인 여포마저 싸워 이기며 낙양을 되찾게 된다. 손견은 동탁이 개판 쳐놓은 낙양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옥쇄를 발견하였는데 이것을 원술의 충실한 개답게 바로 원술에게 바쳤다.
손견의 죽음
동탁이 없는 세상은 군웅할거의 시대가 되며 세상은 점점 여러 제후들이 지방에서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며 왕처럼 군림하게 되었다. 이에 원술 역시 수춘으로 내려와 곁에 손견을 두며 점점 주변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장하기 시작하였다. 그 과정에서 원술은 형주를 얻기 위해 손견에게 유표를 치라는 명을 내려 손견이 형주로 향하게 되었다. 형주를 공격하던 손견은 예상치 못한 황조의 매복계에 당하여 목숨을 잃고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아쉬운 행보
이러한 손견의 일생을 들여다보면 손견은 당대 최고의 용장이라고 칭해도 결코 부족함이 없었다. 그래서 삼국지연의에서는 '강동의 호랑이'라고 칭하며 띄어주기도 하는데, 이 말은 연의에서만 등장하는 별명이고 정사에서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또한 다른 무력이 뛰어난 장수들은 다들 유비의 조아, 비장, 백마 장수 등 무예 실력을 상징하는 별칭들이 정사에 기록되어 있지만 손견은 전무한 것으로 보아서는 무예 자체는 그다지 특출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손견의 지모는 당대 사람들에게 무식하다고 들을 정도로 부족한 면모를 보였다. 그리고 원술의 충직한 칼이 되면서 학살과 약탈을 일삼는 포악한 행보를 앞장서서 행하였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보면 그냥 오나라의 시조라고 추앙받기에는 상당히 아쉬운 면모를 많이 보여주는 정치깡패와 다를 바 없었다.
'삼국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국지 관련 고사성어 및 사자성어 (0) | 2023.01.18 |
---|---|
동탁에 관하여... (0) | 2022.11.05 |
장패에 관하여... (0) | 2022.10.30 |
유표에 관하여... (0) | 2022.10.29 |
방통에 대하여... (0) | 2022.10.28 |